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육아 휴직, ‘쉬는 시간’이 아니란 걸 왜 아무도 몰랐을까

by 피카부부 2025. 4. 15.

육아 휴직, ‘쉬는 시간’이 아니란 걸 왜 아무도 몰랐을까
“커리어를 잠시 멈췄지만, 하루는 결코 멈춘 적 없어요”

육아 휴직, ‘쉬는 시간’이 아니란 걸 왜 아무도 몰랐을까
육아 휴직, ‘쉬는 시간’이 아니란 걸 왜 아무도 몰랐을까

1. 육아 휴직, 그 이름은 너무나 ‘휴식’처럼 들린다

직장에 육아휴직 신청서를 내던 날, 나를 바라보던 팀장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요.
"좋겠다, 좀 쉴 수 있겠네."
말은 웃으며 했지만, 그 말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어요.
부러움, 부담, 약간의 거리감.
그리고… 휴직 = 쉬는 시간이라는 오해.

하지만 저는 그날 이후로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요.
출산 직후, 회복도 채 안 된 몸으로
수유하고, 재우고, 안고, 울고, 토닥이는 하루의 연속이 시작됐거든요.

육아휴직은 ‘쉬는 것’이 아니라 ‘혼자 일하는 것’에 가까워요.
그것도 하루 24시간 대기 중인 감정노동+육체노동의 총집합.

 

2. “아침이 오면 또 시작이야” – 시간표 없는 하루의 현실

직장에선 적어도 점심시간은 있었고, 퇴근 시간도 있었어요.
하지만 육아휴직을 하자
시간은 직선이 아닌, 무한 루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.

⏱ 하루 일과는 대충 이래요
새벽 2시: 수유 → 트림 → 다시 재우기 실패 → 안고 다시 시도

오전 7시: 잠깐 눈 붙였는데 아기 깸 → 기저귀 갈기 → 수유

오전 9시: 씻지도 못한 채 거실에 앉음 → 또 재우기 시도

점심: 밥 대신 간식 → 중간에 아기 울음소리에 젓가락 놓기

오후~저녁: 수유→ 재우기→ 깨기→ 안기→ 다시 수유

밤: 낮과 반복

이런 리듬이 하루 10시간짜리 업무보다 더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.
체력도 바닥인데, 정신적인 소진이 더 크더라고요.
가장 힘든 건 내가 하루 종일 무얼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.

 

3. ‘커리어를 멈췄다’는 죄책감과 싸우는 시간

회사 메일은 계속 오고,
후배가 내 업무를 맡아 잘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와요.
‘나만 멈춘 것 같고,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다’는 감각.

내가 선택한 ‘육아휴직’인데,
가끔은 이 시간이 손해보는 것 같고, 뒤처지는 것 같고,
심지어 회사에 미안한 감정까지 드는 게 이상했어요.

사회적으로 육아휴직은 ‘권리’라고 하지만,
그걸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분위기나 시스템은 아직 많이 부족해요.
‘엄마니까 참는다’가 되지 않으려면,
이 시간의 소중함을 스스로 계속 되새겨야 했어요.

 

4. 그래도 이 시간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들

그럼에도 불구하고
이 시간을 보내며 제가 배운 것이 있어요.
그건 ‘아이를 돌보는 것’만이 아니라
나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서도요.

육아휴직 중 나는 감정을 숨기지 않게 됐고,

조금씩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배웠고,

완벽한 엄마가 아니라, 괜찮은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중이에요.

아이도 자라지만, 저도 이 시간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.
아이의 웃음, 눈빛, 손길이 저에게
다른 어떤 성과보다 큰 보상이 되어주고 있어요.

 

5. 육아휴직은 ‘희생’이 아니라 ‘변화’의 시간

육아휴직은 결코 쉬는 시간이 아닙니다.
그건 한 인간의 삶에 가장 뜨겁게 몰입하는 시간이에요.
회사 일처럼 수치로 보여지는 성과는 없지만,
아이와 나 사이에만 존재하는 깊고도 아름다운 연결이 만들어지는 시간이에요.

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
“아,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”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.
그리고 오늘 하루도,
엄마라는 이름으로 최선을 다한 당신을
진심으로 응원합니다.